저수분 토마토주스 사소한 것
2014.07.30 12:01 Edit
나는 토마토주스에 트라우마가 있다.
예전 대학 1학년인가 2학년때,
간호대학 다니던 친구가 교수님 부탁으로 알바 같은걸 한 적이 있다.
정신과치료받는 우리또래 남학생이랑 일주일에 한번인가
만나서 친구처럼 지내주는 그런 알바였던것같다.(기억이 가물가물)
어느 날, 그 남학생이랑 또 다른 친구랑 넷이서 만난 적이 있었다.
그 남학생이 맛난거 사주겠다고
그당시 우리로선 한번도 가본적 없던 이탈리안레스토랑에 우릴 델구 갔다.
어리버리한 우리..
뭘 시킬지 몰라 어버버 하고 있으니까
그 남학생이 토마토주스를 시켜줬다.
하얗게 각이 잡힌 테이블위에 놓인 토마토주스를 한모금 마시고
우리 셋, 일제히
"우웩~ 이거 토마토 케챱 물에 푼건데??" 했더랬다.
토마토주스를, 그것도 이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한번도 마셔 본적 없는 우리.
토마토주스가 원래 이런 맛인지 아닌지.. 한참 설왕설래 하고 있으니까
그 남학생, 너무 당황스러워하면서
우리 앞에 놓은 주스를 한잔씩 한잔씩 네잔을 모두 다 마셔버렸다.
"맛있는데? 맛있는데?" 하면서..
그때 아.... 하고 뒤늦은 후회.
레스토랑을 나오면서도 '토마토주스 너무 맛있었다' 고 계속 말하는 남학생을 보면서
너무나 미안했었다.
어쩜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말을 뱉은건지
내 입을 쥐어 박고 싶을 뿐...
그날 이후로 토마토주스만 보면 그때 그날이 생각나고
토마토주스는 못먹게 되었었는데...
웹서핑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저수분 토마토'라는 것.
우리식구들은 비타민이나 영양제나 보양식 뭐 그런걸 안먹는다.
단지 게을러서.. - -;;
그래도 이제 나이도 나이인지라 뭐라도 챙겨먹어야할것 같아서 선택한게 토마토주스.
토마토를 씻어서 두터운 냄비에 넣는다.
(얇은 냄비는 안된다고 함.)
이건 깜빠리토마토라는 것.
토마토라면 어떤 종류라도 상관없음.
그리고 아무것도 안 넣고(물도 안 넣음) 뚜껑 덮어서 아주아주 약한 불에서
40분정도 익힌다.
난 저녁에 운동하고 집안 정리한 다음에 씻으러 들어갈때
이렇게 올려 두고 알람 맞춰둔다.
그럼 씻고 나와서 좀있으면 바로 불끄면 됨.
40분 정도 지나면 이런 모습.
그냥 갈아도 된다는데 남편이 껍질땜에 안먹는다고 버틸까봐
젓가락으로 껍질은 떼어낸다.
그냥 젓가락으로 집어도 껍질이 잘 떨어져나감.
그리고 이런 유리병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다음날아침 올리브유 반스푼정도 같이 넣어서 갈아마신다.
난 먹기싫고 남편만 꼬드겨서 먹일 생각으로 시작한건데
토마토주스 트라우마가 있는 나도 챙겨 먹을 만큼
먹을수록 고소하고 맛있다.
토마토주스 진저리치던 남편도 아침에 이거 안 챙겨주면 삐침.
이제 이런 것도 챙겨 먹어야할 나이.
남편이 요즘 하는 말이 있다.
" 이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한사람이 어느 날 훅가면,
혼자서도 잘먹고 잘 살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둬야징~"
근데
왜... 둬야지. 가 아니고 둬야징~ 인걸까???.... - -a
Comments 37
Leave Comments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회원 가입후에 사용 가능합니다
저도 몸에 좋다는 거 참 않 좋아라.. 하는 사람이라.. 토마토 쥬스는 물론 포도 쥬스 같은 것도 아예 입에 않 대는..
일단 두꺼운 냄비부터 준비하러 갑니다~ 휘리릭~~
이건 인내심만 가지고 끓이면 되니까.. 반드시..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