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옷 바느질 일기
2014.07.23 00:18 Edit
얼마전.. 모 인터넷서점과의 인터뷰에서
추억이 깃든 옷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고 하셔서
창고에 있는 박스를 낑낑거리며 내려 사진도 찍고 했더니만...
인터뷰기사에서 그 옷얘기는 빠져 버리고
왠지 아까운 마음에 여기서라도 주절주절..
미노가 유치원다닐때 미노 친구 엄마들이랑 품앗이과외를 했었다.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걸 하나씩 맡아서
일주일에 한두 시간씩 가르쳤는데 난 미술담당.
그때도 바느질을 하고 있었고 아이들이랑 간단한 소품같은 바느질도 했었기에
어느날 수업시간에 '자기가 가장 입고 싶은 옷' 을 그려 보자고 했었다.
그 그림에 그려진 아이들의 입고 싶은 옷들이 하도 재미있어서
매주 엄마들끼리 브리핑하는 시간에 그림을 보여 드렸더니
'아이들이 입고 싶은 옷을 진짜 입게 해주면 어때요?' 하고 어느 엄마가 말씀하셨다.
다들 만장일치로 그렇게 해보자 하고
그날부터 품앗이과외하던 엄마 넷이서 아이들 몰래 짬짬이 시간을 내서
아이들 그림의 옷들을 함께 만들었다.
나 외엔 다들 바느질을 처음 해보는 엄마들이라 근 한달에 걸쳐 옷을 완성했고,
그렇게 만든 옷들을 크리스마스날 아이들에게 깜짝 선물로 주고
그 옷을 입고 크리스마스파티를 했다.
아이들에게도 엄마들에게도 잊지못할 추억의 시간.
그때 미노가 입고 싶다고 했던 옷.
가죽바지, 가죽점퍼에 등엔 용그림.
레자로 만든 옷이라 만지기만해도 쩍쩍 갈라져서
무슨 문화제 만지듯이 조심조심 만져야하지만
미노도 나도 이 옷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는
14년전 우리 추억의 옷.
Comments 44
-
조이님은 14년전에도 퍼펙트한 작품만 생산하셨군요?.. ㅎㅎ
같은 14년전이라도.. 확실히 스토리가 있는 추억의 옷은 와 닿는 느낌이 다르네요..
저도 그 무렵인지.... 3개월 여성회관 다니면서 감히 초짜 주제에 레자로 만든.. 후드자켓이 아직도 있지만..
바느질 않 된다구 밑바닥에 종이 깔고 낑낑거리며 박아주고.. 어설픈 후드에 지퍼 달 엄두가 않 나서..
그 당시 살던 춘천에서 동대문까지 올라가 단추 구멍을 냈던 기억이..
그러고는 정작 눈으로 보기만 하고 제대로 입어 주지도 못 했던..
저두 잠 들기 전에 옷방에 가서 한번 찾아 봐야겠어요.. 다시 한번 느끼겠죠..
그때나.. 수백벌(?)은 만들어댄 것 같은 지금이나 어째.. 내 솜씬 늘지를 않았을까.. 하고...
조이님의 글들이.. 참.. 좋아요.. 한편의 수필들을 읽는 것 같은..
안녕히 주무세요~ 모기 물리지 마시구요~~~ -
어릴때 기억들은 잘 잊혀지지 않나봐요.
어릴때 마음들은 순수하고 맑고 깨끗해서 오래오래 기억되는걸까요
저도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보면 초딩때 기억들이 제일 선명하거든요
전 딸,아들인데 한번도 손을 대본적은 없지만 둘째가 아들이라 아빠가 딱한번 손을 댄적이 있는데
시간이 흘러 고딩때 아들이 아빠한테 맞은거 애기할때 저희들도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멎적어서 식급했답니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란다는 말 정말 진실인거 같아요
지금은 훌적 커버려서 서로 대화로도 충분히 서로를 이해하지만
오늘 아침 왠지 마음 한켠이 울컥하며 떨어져 있는 딸,아들이 무척이나 보고싶고 그리워지네요... -
저와 우리 아이의 추억의 옷은..
하늘색 바탕에 핑크 도트무늬의.. 로라스프링 코트에요.~^^
왕초보일 때 기다리고 고대하다가 스몰샵 가입하고
손바느질로 온갖 정성을 다해 처음 만든 옷이죠.
90사이즈의 귀여운 그 옷.
큰 아이가 조금 큰 듯, 딱 맞게, 좀 작게 3년을 입고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샀냐고 묻고,
아이 큰 걸 알고는 콕 집어 그 코트를 달라던 사람들도 많았던 로라스프링코트..
5년 터울의 둘째딸이 또 그렇게 3년째 입고 있어요.
원단을 정리하다보니
아껴서 재단하고 남은 자투리 원단도 갖고 있는데..
비교해보니.. 세탁을 해서 색이 꽤 바랬는데도
우리 아이.
만들어준 다른 옷도 꽤 되는데
콕 집어 그 옷만 입겠다고 우기는 걸 보면..
어떨 땐 울화통이 터지고, 어떨 땐 귀엽기도 하구요..
( 아주 추운 날도 그 옷을 입는다 하고, 너무너무 더운 날도 그걸 골라요.. ㅡㅜ)
이쯤이면 우리 추억의 옷은 로라스프링코트 맞는거죠?
조이님~ 토닥토닥.
감사해요. 그리고 힘내셔요.
Leave Comments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회원 가입후에 사용 가능합니다
인터뷰기사에 나왔더라면 좋았을텐데 제가 다 아쉽네요.
저도 14년 전 둘째아이 돌사진 찍을 때 입히려고 언니랑 커플로 만들어준 세일러 원피스를 아직도 갖고있어요.
둘이 세트로 입고 눈웃음치던 사진보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