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는 이유가 있었다. 바느질 일기
2008.03.21 18:18 Edit
주는거 없이 싫은 사람이 있듯
손으로 만드는 작업들 중에서도
이유없이 싫어하는 것 몇가지가 있었다.
그중 넘버원이 십자수.
터질듯한 볼따구에 핑크빛 볼터치를 하고
성별이 구별안가는..
머리길이로만 남,여인걸 구분할수 있는 커플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십자수 쿠션이나
치렁치렁한 옷자락을 늘인 꼬챙이 몸매의 여신 십자수 액자.
보는것만으로도
억! 저걸 어떻게 해?! @@;;
말이 절로 나온다.
그거 다 꿰메고 있다간 눈알을 줏으러 다녀야할지도..
그런 십자수이지만..
가끔 보게되는 이니셜 하나 달랑 새겨넣은 십자수는
너무 멋져서 절로 눈이 반짝여진다.
언젠가 해봐야지 하던 간단하지만 행복한 꿈을 이룬 날.
십자수 원단이 아니라
일반 원단에 십자수를 놓기 위해선
'웨이스트 캔버스'라는 보조도구가 필요하다.
(이거 찾느라 며칠을 찾아헤맴..- -;;)
빳빳한 그물처럼 생긴 이것을
원단에 고정해두고 십자수를 놓은후
올을 빼내면 된다.
(손가락으론 무리.
뺀지나 나처럼 이로 물어 빼면 잘빠진다)
만들고 나니 넘 뿌듯해서 급흥분 상태.
앞으로 여기저기 마구잡이로 새겨넣을듯한 불안감이..- -+
Comments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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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하는 모든거....
사실 손이 거의 모든것을 하죠.
헌데 천,실,바늘....
요것들이 얼마나 이쁜지
십자수,홈패션,퀼트,쪽보자기,양재까지.....
두루두루 안한것 없고 끝을 보지 않은 것이 없으니....
집안에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내 손을 거쳐 생명을 얻은 소중한 친구들....
허나 넘 많은 후히를 남기는 것은....
돌아가신 울 엄마...
"ㅇㅇ네 며느리는 퀼트로 가방 만들어 시엄마 줬더라.
참 이쁘던데 니가 솜씨가 더 좋은 것 같으니
나도 가방 하나만 만들어 다오..."
언젠가 만들어 드리지머...하며 차일피일....
결국 그 가방은 무덤가에 묻어 드려야하는...
늦어도 넘 늦어버린....
울 엄만 제가 중학생일때까지
여름이면 이쁜 원피스들 엄청 만들어 주셨는데...
오늘따라 9살때쯤 엄마가 만들어주신
하얀 광목의 엘리스 앞치마....
가슴이 뻐근하도록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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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십자수의 알록달록한 실통을 보면 기분은 좋아지더라구요..
그리고 웨이스트 캔버스요..요즘은 물에 녹는 것도 있어요. 수를 놓고 물에 살살 빨면 녹아 내리는 재질이라 힘들게 다시 빼내지 않아도 되서 편리하긴 한데 역시나 찾기가 힘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