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둔 사진이 아까워서.. 소소한 일상
2014.11.17 13:45 Edit
며칠전..
동아일보의 박기자님(실은 차장님)과 통화를 하면서
다음 책은 대체 언제 시작할거냐는 조곤조곤한 갈굼에
' 이상하게 이 집에 이사온 후로는
집 현관문을 딱 들어서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요.
노트북은 절대로 꺼내기도 싫고
하다못해 작업실서 마무리 못하고 가져온
단추 하나 다는 것도 귀찮아서 안하고
그대로 가방채 다시 가져가요.
정말 아~무 것도 하기 싫은데 이 집이 뭔가 이상한거같죠?'
했더니
'아뇨, 그건 집이 이상한게 아니라...
나이 들어서 그래요.
우리가 늙어서..'
'아....아하~ @@!!'
그게 정답이었다.
사진찍어둔 것도
그냥 카메라째 던져뒀다가
뭔가 지우기는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지난달에
친구(사실은 세살많은 언니)의 친구가 하고 계시는
경리단길의 디저트카페에 갔던 날.
할로윈 직전이라 이런 장식이 있었나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셨던 분이라
가게 인테리어도 모두 직접하신거라 하고..
일본에 오래 사셨던 분이라
이런 작은 소품에도 신경을 많이 쓰신듯..
친구는 진해서 너무 좋아하던 커피.
난 두잔 마시고 속이 조금 쓰렸다.
한잔만 마실걸..
타르트, 케잌도 모두 직접 구우신거라는데 '대단하시다~' 하는 생각보다
'넘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우리 들어갈땐 조용했는데
앉자마자 손님들이 막 들이닥쳐서 따로 이야기하고 뭐할 겨를도 없어서
다음에 다시 오기로 하고 나옴.
카페에서 나와서
경리단길을 아주 천천히 걸음.
핸드메이드 악세사리 가게였으나
장식된 인형이 너무 이뻐서..
뭔가 엽기적인 물건 많던 가게.
해골바가지 같은 애 하나 사려고 들어갔더니
그건 파는게 아니래서 삐쳐서 나옴.
경리단길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남자든 여자든 어쩜 다들 그렇게 옷을 멋지게 잘입는지
앉아서 남 옷입은거 구경하고 시간을 보내도 지루하지 않을것 같았고...
밥상으로 엄마의 관심도를 체크하는 울아들은
늙어서 집안 일이 귀찮아 대충 밥차려 주는 엄마에게 삐쳐있다가
닭가슴살 꼬치 하나 만들어 줬더니
맘이 조금 풀리고...
날이 선선해지니 다시 피우기 시작한 향초.
아직 날이 다 밝지 않은 아침.
선선한 기운에 가디건 걸치고
초에 불을 밝히면
뭔가...
게으른 내가,
자고 일어나니 부지런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좋다.
물론 아주 잠깐이지만...
Comments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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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억~~@@
너무 맛있어 보여요~~
전 케잌~쿠키~ 타르트~~머 이런거 만드는 사람들이 젤 아늑하고~포근하고~넘 좋아요..^^
서울 가면 자주 들리는 곳이 이태원과 남산 주변인데...경리단길 가면 꼭 들려서 먹을래요 ㅎㅎ
너무 푸짐하고 맛있어 보여요~~
아이가 없어서인지 마흔다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할 줄 아는 음식 가짓 수가 너무 적어요 ㅠㅠ
아...닭꼬치가 반찬이 될 수 있다는....
조이님 이런저런 과실들 하나하나 닦아서 뭐 만드시는 거 보면...참 부지런하시고 인내심이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전 정말 닦는게 ㅠㅠ 하기 싫어요 ㅠㅠ 엊그제 알타리 꼴랑 두단...솔로 닦는데도 너무 하기 싫었어요 ㅠㅠ ㅠㅠ
조이님~~닭꼬치 만드는 법 좀 공개해 주세요~~^^;;
각종 꼬치라면 길거리 지나가며 전봇대에 머리박을 정도로 좋아하는 남편인데...
왠지 조이님이 만드신 건 더 맛있을 거 같아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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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조이님 감성이 느껴지네요 ^^
밥상도 이렇게 멋지게 차리시다니...저희집과 극과극...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