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먹기 나름 바느질 일기


일전에 TV에서 '편애'라는 주제로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걸 본적이 있다.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아픈 정도는 다 다르다는게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
열손가락 얘기 나오면 늘 생각나는게 있는데..
어릴적, 친정아버지께서 남동생을 나무라실때 단골로 하시던 말씀.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썪은 손가락은 안아픈거야!!"
어린 마음에 '와~저런 적절한 비유를...' 하며 감탄했었지만
요즘 곰곰 생각해보면 아버지.. 틀리셨사옵니다.
썪은 손가락은 더 아플걸요? - -;;

여튼.. 뜬금없이 편애얘기가 생각난건,
옷을 만들때도 심하게 편애하게 되는 아이템이 있다.
아니 편애는 아니고 심하게 우습게 여기는,
대충대충, 망치면 버려버려!! 같은 마음으로 만들게 되는 아이템이 내게는 있다.
그건 바로, 편하게 입는 옷.
트레이닝복이나 집에서 입는 바지,티셔츠 종류를 만들때는
재단부터가 다르다.
원단도 대충. 얼룩이 묻거나 찢어진 부분이 있어도
'괜찮아,상관없어'가 되어버리고
쵸크로 그릴때도 대충대충,시접도 안그리고
물론 박음질도 단지 빠르게만..
이렇게 만들어진 녀석은 입는 동안도 대접 못받는다.
실제로는 마르고 닳도록 아주 오랜기간, 자주 입게 됨에도
뭐랄까..나달나달할때까지 계속계속 쓰고 있는 종이컵의 느낌이랄까?
그런 불쌍한 운명이다.

만화책사느라 거의 이틀에 한번꼴로 들르는 우리동네 서점옆에는
꽤 이쁜옷들을 파는 옷가게가 여럿인데
그 앞을 지나며 굉장히 마음에 드는 차이나 집업가디건이랑
면니트스커트를 발견.
살까말까.. 하다가 예전에 사둔 원단들을 꺼내서 만들기 시작했는데..
대충대충 얼렁뚱땅 만들려는 마음을 다잡고
코트를 만드는 자세로 바느질 시작. - -




옷가게에서 본 모양대로 만든 집업가디건이랑 면니트 스커트.




그리고 패턴을 조금 변형해서 조끼처럼 입을수 있는 반팔 가디건.
정성을 쏟은 만큼, 마음이 가는 옷이 되나보다.
문제는 공을 들였더니, '집에서 편하게 입는 옷'이란 원래 취지와는 달리
외출할때 입으려고 아끼게 된다는것. - -;;
이런 문제가 있을줄이야...@@

** 다 쓰고 나서 틀린글자가 없나 쓴글을 훑어 보는데 발견한것.
"버려버려!!' 이거 참, 미묘~
버려를 두번 쓴걸까요?
버리고 말아,라는 그 의미일까?
어느쪽으로 생각되시는지..
우리말 참 재밌네요.ㅎㅎ**

Leave Comments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회원 가입후에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