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휴가 바느질 일기


직장인도 학생도 아니지만 습관처럼 기다려지던 휴가.
곶감꼬지에 마지막 남은 녀석, 홀라당 빼먹고 나서 입맛 다시듯
아쉽게 끝나 버렸다.
이번 휴가.. 처음엔 이런 저런 계획도 많았었는데
결국은 남편이 원하는 휴가로 보냈다.
주말부부로 살면서 우리 세식구중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아무래도
남편 일수밖에 없으므로 이번 휴가만큼은 원하는대로 양보해야 할것 같았다.
남편이 원하는 휴가란, 셋다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 지극히 원초적인 휴가.
각자 하고 싶은대로 한다지만 셋다 꽤나 게으르므로 하는 짓이 똑같다.




휴가 첫날은 종일 뒹굴뒹굴 하다가 둘째날은 전부터 벼르던 요시토모 나라 전시회엘 갔다.
처음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을 봤을땐 째려보는 그 눈동자가 적응이 안돼서
'이 그림 뭐야?' 했었는데
볼수록 마음을 들여다 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걸 미노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었는데 내 첫느낌과는 달리
녀석은 금방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을 좋아해서 다행.
뭐,남편은 기껏 전시회라고 온 곳이 회사 본사 건물 바로 옆이라
아는 얼굴들이랑 마주치고 인사하고 하더니
'왜 하필 여기..' 하고 떨떠름해 했지만..(뭔가 뒤가 구린것인가?..- -* )
여튼..전시회 보고 교보가서 책사고..
'언젠가 미노에게 꼭 맛보여 줘야지' 했던 일민미술관의 와플파이도 먹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미노랑 남편은 영화보러 가고 난 '내가 하고 싶은것'
바느질을 종일,원없이 했다.




밴디드 티셔츠 패턴을 조금 변형해서 내 티셔츠 만들고




미노 티셔츠도 같은 원단으로.
그냥은 밋밋하니까 어깨에 이니셜을그려서 박음질만 하고




밑단은 다른 색상의 면쭈리를 잘라 덧대서 박아줬다.
커플로 입고 나갈 일은 없겠지만 어쨋든 커플 티셔츠.




그리고 같은 티셔츠지만 장식을 좀 다르게..
옷 안쪽에 다른 원단을 덧대서 이니셜을 박음질한후
이니셜 안을 잘라낸 것.
원래는 좀더 빈티지 느낌을 살리기위해 뭐랄까 좀 거친느낌으로 잘라야하는데
머리속은 분명 '안으로 조금만 불규칙하게 잘라야지' 했건만
손은 왜 줄따라 반듯하게 자른것 일까나..?
지금도 그게 불가사의.




단을 덧댄것도 같은 재질의 다른 색상으로 해야 예쁜데
같은 재질의 원단이 없어서 쭈리로 했더니 좀 아쉽긴 하다.




..그리고 남은 휴가기간동안
먹고,놀고,만화책 보고,자고,
또 먹고,놀고,만화책 보고..뒹굴뒹굴 아주 아주 게으른 휴가를 보냈다.
인간 셋이 그러고 엉켜 있는 동안
울집 흰둥이는 이런 모습으로.




만화삼매경모드에 들어 갈때,
남편이 소파에 앉아 만화책을 펴 들면
미노는 다리를 제 아빠 다리위에 올리고 길게 누워 만화책을 펴드는 걸로 조립을 완료.
그러면 이 녀석 재빨리 그 다리 사이 틈으로 껴들어가 저러고 있는다.
남편 말로는 애정결핍의 '우울증 강쥐' 라서 그런거라고
나를 매도하지만 내 생각엔 아무래도
'男'을 좋아하는 '강쥐 男'
쉽게 말해 '커밍아웃 강쥐' - -;;
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미묘하다...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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