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30분의 자유 바느질 일기


건강에 문제가 생겨서
분당서울대 병원에 다닌지 1년째가 되던 지난 봄.
병원진료일에 의사샘께 여쭤봤었다.
"요가도 다니고요, 음료수는 거의 마시지 않고요.
과자도 안먹고요,밥도 많이 안먹고요,
술은 마실줄조차 모르는데 왜??? 살이 꾸준~히 찌는 걸까요?"
"얼마나 쪘는데요?"
"1년사이에 10키로가 불었던데요? "
"에?.. 지금 먹는 약 4가지중에 3가지가
살찌는 부작용이 있긴 한데..."
"예~에? 정말요??? @@;; "
"그럼, 3가지 약은 빼고 하나만 먹으면서 경과를 보지 뭐.."
"그 약 안먹으면 다시 빠질까요? ㅜ.ㅜ"
"뭐... 어렵겠죠?"
- -;;
넘 심플하게 대답하신 의사샘.

여튼..그날부터 불어난 살빼기의 일환으로
다니던 요가는 그만두고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난 절대 기억에 없는데
"작년까지 엄마, 내 자전거타고 다녔어" 우기는 미노와
"다리 안닿아도 타고 내리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
새자전거 사주기 싫어 우기는 남편의 술수에 몰려서
첫날, 미노의 높디높은 자전거타고 바람넣으러 가다가
신호대기중인 자동차운전자들에게
SHOW 한판 보여주면서 나자빠져선 허벅지에
솥뚜껑만한 멍하나 훈장으로 받고
'여성용'이라는 내자전거를 갖게 되었다.



단지 살빼려는 마음 하나로
트레이너를 자처하는 남편의 자전거 뒷꽁무니를 따라 나선 길.
우리 아파트앞에서 분당으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
그 길을 달린 첫날.
참 행복했다...

아직 공사가 채 끝나지 않아
가로등도 켜지지않고 다니는 사람도 없는 깜깜한 자전거 도로.
아무소리도,아무 불빛도 없는 그 길을 달리면
어디선가 날아오는 봄꽃내음이 참 좋았고
코끝이 알싸해오는 봄밤공기가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것.
언제나 생각하면 눈처럼 벚꽃 날리던 스무살의 4월을 생각하게 하는
애니메이션 "초속 5cm" 의 그 다리 밑.
그 다리 밑과 너무나 닮아 있는 이 길.




지금은 자전거도로공사가 다 끝나
가로등도 켜지고 사람들도 많아져 그때와 다른 모습이지만
아무도 다니지 않는 깜깜하고 고요한 길에
종착역으로 들어오는 텅빈 전철 불빛,
브레이크 쇳소리가 가득 울리던 그 순간이
참 행복했었다...

그래서..
아주아주 열심히 자전거를 타러 다녔다는 이야기.
비오는 날, 그 길은 어떤 모습인지 넘 궁금해서
타러 나갔다가
빗길에 미끄러져 자빠지기도 하고....

근데 어느 운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복장을 참 열심히 잘 갖추는 이들이 있다.
'바구니달린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소리부터 다른 사이클을 엄청 많이 만나게 되는데
처음엔 열심히 차려입은 그 '복장'이 좀 비위에 거슬렸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그 '복장'이 참 부러워지더라는..
밤에 자전거를 타다보니 날아드는 날벌레를 눈알로 먹어주시는 일은 다반사.
'아, 밤에 선구리같은 고글 쓰는 이유가 있었구나'
패달 밟을때마다 걸리적거리는 바지가랑이를 둥둥 걷으며
'아,남자나 여자나 쫄바지 입는 이유가 이거구나'
바보 도트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는...
그치만 바구니 달린 자전거에 사이클 복장은
너무 오버인지라 내나름의 사이클 복장으로 만든게
바로 이 바지.



패달밟을때 걸리적거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민망한 쫄바지도 아니라 대만족.

.....
내게 1시간30분의 온전한 자유를 알게 해준 그 길.
눈발이 날리는 겨울 밤.
그 길은 어떤 모습일지가 너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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