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바느질 일기


중2인 미노가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그 2박3일간...무지하게 바빴다.
돌아오면 짠! 하고 뭔가 기뻐할 일을 만들어 두고 싶었는데
그게 바로 미노방을 새롭게 꾸미는 일.
그동안 바꾸려 했던 낡은 책상을 바꾸고
침대커버를 새로 만들어 씌우고
난장판인 방도 깨끗히 정리를 하고...
남편에게 미노의 반응이 어떨지 물으니
아마도 '무반응'일거라고...
하지만 마음속으론 분명 기뻐할거라 했는데
역시나...돌아와 방에 들어선 녀석은 반응이 없다.

저녁에 남편이 "미노야, 엄마가 그방 꾸미려고
너 없는 며칠간 얼마나 애썼는지 모르지?
엄마 한번 꼭 안아주면 좋을텐데..."
말에도 그냥 피식.
섭한 마음은 조금 접어두고 짐짓 쿨한척...
"괜찮아,괜찮아...지금까지 너무 착하고
이쁜 아들이었던걸로 충분해..
이제 엄마가 빚을 갚을 차례지.." 너스레를 떤다.

밤에 자려고 누운 녀석 잠자리를 살펴주는데 와락 목을 껴안는다.
"엄마, 미안해..고마워.."

그래...
사춘기를 겪어내는 너가 더 힘들지...
누군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으면
너를 낳던 날이라고 망설이지 않고 말하게 해줘서 고마워.
세살때, 놀이터 앞에서 길 잃었을때 멀리가지 않고
거기서서 엄마 기다려줘서 고마워.
처음 어린이집 가던 날. 많이 무서웠을텐데..
눈물 뚝뚝 흘리면서도 잘 참아줘서 고마워
어버이날마다 너가 달아 주었던 카네이션,
아무때나 써주었던 쪽지들... 차곡차곡 모아 뒀다가
나중나중에 펴볼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너가 지금까지 엄마에게 주었던 행복한 시간,기억들...
그땐 감사함을 몰랐던거 정말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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