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one 바느질 일기
2006.03.30 16:17 Edit
바느질을 하게 되면서 제일 듣기 싫은 말 베스트.
1.그냥 드르륵 박아줘.
2.안 입는 옷이 있는데 그거 갖고 가서 수선 좀..
3.오~ 거의 백화점 옷 같은데요?
1,2번은 그렇다 치고 3번이 왜 베스트에 들었을까?
물론 말하는 이는 최고의 칭찬으로 한 말이겠지만 난 그말이 싫다.
난 봉재공장을 하고 있는게 아니거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가사에 그런 말이 있다.
'NO.1 이 아니어도 좋아,
원래부터 특별한 only one'
옷을 만들면서 NO.1이 되기를 바랬던 적은 없다.
세상에는 없는 나만의 only one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뿐.
그런데 바느질을 모르는 사람들 눈엔
옷을 만드는 궁극의 목표가
'최고의 미싱사'를 꿈꾸는 것쯤으로 보여져서 기운 빠질때가 꽤나 많다.
도예작품을 보면서 "아, 이거 물레질 깔~끔하게 잘하셨네요." 하거나
유화작품 보면서 "오~ 배경을 꼼꼼하게 잘 칠하셨는걸요?" 하면
무식쟁이 소리 들어도 싸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말이지..
만든 옷.
바느질이 잘되고 못되고가 아니라
'세상에서 유일한 귀한 옷' 으로 봐달라면 지나친 욕심일까?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왜 했냐면..
바로 이것때문.
전부터 찜해두고 없어질까봐 마음을 졸이던 원단을 사고
설레는 마음으로 코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근데, 이런...
안감을 안사왔다.ㅠ.ㅠ
원래는 좀 튀는 안감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었는데 안감을 안사왔으니 대략 난감.
고민고민하다가 옷을 다 만들고 단을 접어 박기 직전에
'아,프릴을 달아보자' 생각이 떠올라선
프릴을 달면서 혼자 신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옷, 만든옷이 아니면 불가능하잖아? ㅎㅎ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완성한 옷.^^
요즘 더블이 유행이니까..
근데 저 카라 만드느라 3번을 다시 뜯었다.
나, 카라 모양에 묘한 집착을 보인단거 알게되었어...- -;;
아,그러고 보니 뒷판도 2번 만들었군.
장식이 맘에 안들어서..
단추달때 안쪽에서 보조단추 같이 달아주면
원단도 안상하고 좀더 럭셔리 해보여 좋다.
물론 귀찮긴 하지만..
이 코트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
지난번 만들었던 브로치를 달아보니 꽤 어울린다.
사진으론 색상이 좀 다르게 나왔지만
체리핑크에 퍼플이 약간 섞인듯한 묘~한 색상이라
네이비 컬러랑 잘 맞는것 같다.
첫눈에 반해서 마음 졸인 보람이 있구나 너.ㅎㅎ
Comments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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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님,제가 장담하건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옷만들기 잘했다 싶으실거예요.
아이에게 정말 편한옷을 만들어 줄수있으니깐요.
+강현맘님 아들만 있는데 이옷 만든 제 가슴은 찢어집니다.- -;;
+lynn님,실력부족이 아니라 저보다 착하셔서 그런거예요.ㅎㅎ
+stop님,단추 열십자로 꿰메는건 아마도 습관인듯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코트에는 일자보다 열십자로 하는게 모양이 예쁘다 싶어서
일부러라도 열십자로 하는 편이구요.
+지방인님.출사표이신겁니까? ㅋㅋ
+산골아낙님. 얼른얼른 만드시어요.겨울 다갑니다.ㅎㅎ
+정선님.제가 정선님의 실력을 알고 있는데 뭔 500만년이요? 오바쟁이.. -
안그래도 어제 백화점에서 본 코트들이 어찌나 비싼지..그돈이면 제옷 한벌은 사겠더라구요..ㅎㅎ
실력향상을 위해서(?) 딸래미코트한번 만들어볼까했는데 마침 게시판에 글 다 쓰고 나니 이옷이 눈에 딱 보이네용 ^^
책에 분홍코트도 이쁘지만 이옷도 너무 이뻐요.색상도 맘에 드네요. 특히나 안감에 레이스가 무지 귀엽고 독특하고 발랄해보이네요...joy님 딸래미라도 있음 이쁜옷 많이많이 만들어서 입히실텐데..이참에 늦둥이라도?호호호
근데 울딸래미 아직 18개월이라서 이런옷 소화가 될련지 모르겠네요..ㅋ
저두 조이님말씀처럼 세상에서 유일한 옷이라고 자부하면서 옷을 만드는데 가끔 울 어무이가
그 자부심을 무너뜨리는 말씀을 가끔하셔서리...
어제도 그런 소릴 듣고 그냥 시내서 딸래미 옷을 사버렸다믄서...ㅠㅜ -
늘 머뭇거리는 저에게 에너지를 넣어주시네여..
저도 only one ...
이말에 참 맘이 부푸네요..풍선도 아닌데...
나름 열씨미 날들면 남들이 보고 그냥 그런 표정으로 그냥 사입지 하면 맘이 뚱해지더라구요...
만드는 재미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말이 생각하고 그냥지나치긴하지만 만들때마다 그말이 생각나 주춤한적이 한두번 이 아니었거든요...
인제부턴 조이님 의견이 백번맞다는 굳은 다짐을 맘에 새기고 열씨미 한번해보려구요..
혹시나 담에도 제열정이 식으면 제충전해주세요..
조이님이 제 "빨간모자 아가씨(?)" ( sk주유소 광고) 해주시면 안될까요...??
암튼 조이님 덕에 눈도 즐겁고 맘도 편안하게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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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저도 바쁜데 뭣하려 옷만드는 거 배우려고 하느냐고 물으면, 정성 가득한 엄마손길로 아이들을 감싸주고 싶다고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
안감 프릴 장식 최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