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걸,하지 말걸.. 바느질 일기
2004.12.03 09:17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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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걸,하지말걸..
글쎄..문법에 맞지 않는 말이지만 어제 하루종일 한 생각이다.
며칠전부터 아주 많이 들떴었다.
다들 어떤 작품들을 내셨는지..궁금하고 또 궁금했다.
그래서 지난밤 3시간밖에 못잤건만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고속도로를 달려 동아일보엘 갔다.
동아일보 회의실에 가득 놓인 사진들..
그 속에 담긴 놀랍도록 예쁜 옷들..
같이 심사를 하신 싱거미싱관계자분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셨다.
'이게 정말 다 만든 옷이예요?" 몇번을 물으셨는지..
심사 중간중간,기자분들이 오셔서
작품들이 대단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고...
이런 말..건방지다 싶지만
남들 앞에 내 놓은 내 자식 칭찬 받는 것같은 뿌듯함이었다.
그런데..심사가 진행 될수록 마음이 무거웠다.
하나같이 정성이 가득 들어간 옷,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보내고 하는 그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은 작품들에
점수를 매기고 그중 단 몇작품만 뽑아내야 하는게
이리도 곤욕스러울줄은 몰랐다.
다들 낯익은 이름들,꼭 시상을 하셨으면 싶은 사연들..
그 앞에서 냉정해야한다는 사실이 참 괴롭다.
이제 당선자가 발표되고,당선자의 몇배나 되는 많은 분들은
또 얼마나 실망들을 하실지..
다시는 옷만들고 싶어지지 않을만큼 상처를 드리는건 아닌지..
이런 컨테스트 왜 열자고 했나 후회막급이다.
주부들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줄 몰랐다,
옷을 이렇게 잘만드시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미싱회사분,기자분들이 감탄해 마지않을때는
내 일인양 으쓱하면서도,
"제가 꼭 천사가 된것같아요~"
들뜬 목소리로 당선자들께 전화를 하는 기자분을 보면서
저 전화를 받으시는분들은 참 좋겠다..
덩달아 설레면서도..
실망하셔서 한동안 바느질은 못하게 되실
다른 많은 분들이 생각나 가슴 한구석이 따끔거린다.
그래도..우리 바느질 마니아분들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던 날.
Comments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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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님 이러실 줄 알았어요. 저희보다 더 마음 무거워져서리...
사실 아무렇지도 않다고하면 거짓말이구요^^ 하지만 걱정하시는 것처럼 다시는 옷만들고싶어지지 않을만큼은 아녜요. 오히려 탄력 받아서 자신감 갖고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대로, 정성껏... 이런 흔한 말들의 깊은 뜻을 배운 행사였어요. 놀라운 아이디어와 안목들도 흥미롭게 배워볼 수 있었구요.
어느 님 글처럼, 고 작은 세글자 읽어나가는 짧은 순간에도 두번째 글자까지 보면서 숨이 턱! 막혔다가 세번째 글자에서 풍선 바람 빠지는 것처럼 푸두드드~ ㅎㅎㅎ
콘테스트에, 김장에...긴장이 한꺼번에 풀린 탓인지 저 바로 감기 걸렸어요, 콜록!
나아지면 조이님께 약속드린대로 검사받으러 줄기차게 올테니 바쁘다고 외면마세요~^^
15등 안에 들면 저 미싱 말고 조이님 수제자 삼는 상 달라고 할려고했는데ㅋㅋㅋ
아~ 산산히 부서진 꿈이여~ -
조이님..아시죠?
옷을 손수 만드는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옷에 대해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갖고 있을지...
아마 조이님이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아실꺼라고 믿어요..그래서 그만큼 기쁘기도 하면서 맘도 무거우셨을테고..자기의 정성이 가득찬 옷이기에 다들 섭섭함을 감추지 못하시는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옷만들기에 대한 많은 공부도 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 자신감도 붙었답니다..
꼭 어떠한 것에 뽑혀야만 좋은게 아닌거 같아요..
시원 섭섭합니다..하지만 앞으로 좀더 내공을 다지고 다져서 제 아이에게 이쁜 옷..제가 입히고 싶은옷 하나하나 만들어서 입혀볼래요..
조이님..앞으로도 내공쌓을때 많이 도와주실꺼죠?
힘내세요..우리모두 힙내십니다..아자아자!!! -
몇년전인가 에*잡지에서 이벤트가 있었답니다.그때도 설마 복권도 한번 안맞아본 내가...하면서 보냈는데 미싱하나를 받았지요.
운도 좋았다구 생각됩니다.
그때랑 지금이랑 만들어보내시는 수준이 디자이너 부럽지 않으신걸요.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그런거 아닌가요....인생에서 대개의 선택의 순간이요.
이거 수능도 아니구 더이상 왈가와부 안했음 좋겠어요.
다만 잡지 안사도 1등부터 15등까지 다 보구 싶다는 생각만...ㅎㅎㅎ 난중에 홈에 올려주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이런 이벤트때마다 가방도 하나 만들었구 아이 청바지도 수놓아서 만들어봤구
이번에도 청멜빵 입혀서 재롱잔치에두 내보냈답니다.아~~~더플코트가 젤 먼저였죠...3년전인가...
아직도 맞으라나 꺼내봐야겠습니다.
다 이런 추억으로 가슴에 남으실껍니다.
조이님도 고만 떨치시구 이쁜 일기 보여주세요.
조이님 일기 볼때마다 행복한디...오늘껀 우울해보이세요.아자아자~~~ -
조이님,저는 마감 날짜가 언제인지 정확히 몰라서 어영부영 지내다 언제가 마감인가 하고 들렀다
깜짝 놀랐답니다.. 12월 며칠인것 같은데 11월 말이었더라구요..
정말 아쉽네요... 조이님이 처음 옷만들게 된 사연을 접하고 어쩜 저와 그리도 비슷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답니다... 저도 너무 옷만들기를 좋아해서 엄마 새옷도 과감히 가위로 잘라서 인형옷도 만들고 매도 많이 맞았는데... 스무살때 엄마 졸라서 구입한 미싱이 넘 오래되서 덜걱거리던 터라
꼭 콘테스트에 입상하고 싶었는데 참가해보지도 못하고 꿈이 깨져 버렸네요..
10년 넘게 독학으로 공부하면서 이제 패턴까지 스스로 뜰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래도 조이님의
책이 넘 맘에 들어서 하나 구입해서 지금 애지중지 하고 있답니다... 한권으로 그치실게 아니라
앞으로도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책을 내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도 사실 책을 보고 만들긴 했는데 넘 단순한 군복바지라서 마이로 예쁘게 만들어 보내려고 하다가
그만 ... 이꼴이 되어버렸네요.. 점수좀 높게 받아볼까하다가요.. ㅋㅋㅋ
그나저나 어떤분들이 입상하셨을까 정말 궁금하네요... 어디를 봐야 나올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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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출품을 못해서 마음이 편하기 한데...여기 저기서 웃고 우시는 분들이 계시겠네요. 하하...
당장은 좀 서운하시더라도 알고들 계실 겁니다. 조이님도 바느질 하시는 분인데 아주 간단한 옷 하나 만들어 내기가 녹녹지 않다는 걸 알고 계시다는 걸. 그리고 그 노고를 가벼이 여기지 않으셨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