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상납할 옷 바느질 일기
2003.11.21 15:44 Edit
주부가 편안한
바느질을 하기 위해 갖춰야할 조건엔 뭐가 있을까?
성능 좋은 미싱,4색오버록기,빵빵한
부자재,질좋은 원단?
Oh~No!!
내
생각엔 남편의 무관심 또는 적극적인 지지이다.
(음..뭐 꼭 적극적이 아니어도
된다.그냥 지지 정도라도 아쉬운대로 괜찮다.)
바느질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남편은
적극적으로 지지를 했었다.
"어~ 이런 것도 만들었어? 예쁘네"
감탄사도
한번씩 날려 주면서..
그런데..그게 1년차 정도에 접어들자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집이 뭔 봉재공장 같아,밤에 잠도 안자고 미싱 돌리고 말이야..
자고
있으면 꿈에서도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나"
좀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남편옷을
하나 만들어줘야지 했다.
서투른 솜씨로 책을 옆에 끼고 며칠이
걸려 완성한 남편의 셔츠.
너무 허접해서 밖에 나갈 때 입으려하면 내가 기를 쓰고
말리는 옷이었지만
남편은 엄청 감동받아했었다.
그날 이후..난, 좀 치사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 하나를 알았다.
집에서 마음 편하게 바느질을 하려면
정기적으로 남편옷을 하나씩 상납해야한다는...
이 달의 상납 옷은 코듀로이쟈켓.
14골
검정색 코듀로이원단과 이태리수입인견안감.
(흑..밤에 재단을 시작해서 원단사진을
찍지 못했다.
사진은 난도질 당한채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원단들)
색상을
정할 때 검정과 베이지 사이에서 꽤 많은 고민을 했는데
보다 정장느낌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검정으로 선택했다.
안감은 짙은 그린의 이태리수입인견원단.(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
명품옷과 명품카피옷의 차이는 안감의 차이라고
혼자
제멋대로 생각하고 있으므로 안감에 과감한 투자를 한것이다.
코듀로이원단이
캐쥬얼의 느낌이 강하므로
세미정장으로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은 정장풍의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으로 정했다.
안주머니는..흑..숨은
박음질을 해야하는데
아차하는 순간 그냥 위에서 박아 버려 지저분..
하지만
뭐..안보이는데 어때 하며 덮어 버리고..(그래도 찜찜해 찜찜해- -;;)
소매트임에는
단추가 부족.
똑같은 단추를 사서 달아야할텐데 어느세월에 달지..역시 찜찜해..
어쨌거나
옷을 완성하고 코디해서 사진을 찍어보려는데
남편물건은 대부분 부산에 가 있는지라
코디할 소품이 없다.- -;;
남편이 들고 다니는가방중 갈색 서류가방이 있는데
여기에
크로스해서 메고 다니면 예쁠 것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것으로 앞으로 몇달은
또 맘편하게 바느질을 할 수 있게 됐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