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오던 날.. 바느질 일기

오후부터
비가 주룩주룩..
밖을 내다보니 꽤 많이 내리고 있어서 미노학교에 우산을 들고갔다.



미노학교는
우리 아파트단지 안에 있다.
걸어서 5분거리.
비가 오더라도 뛰어서오거나,
다 큰녀석,그 비 좀 맞아도 상관없겠지만
난 꼭 우산을 챙겨서 가게된다.
어릴적
내가 제일 부러웠던것.
비오는 날이면 교문앞에서 우산들고 서있는 엄마를 가진
아이였다.
물론 그만한 사정이 있으셨겠지만
울엄마는 단한번도 우산을 갖고
교문앞에 서 계신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릴적 비오는 날은 대부분 비를 쫄딱맞고
돌아가거나
누군가의 우산을 빌려쓰고 가거나..그런 기억들만 있다.
나름대로
그 기억이 사무쳤는지
비오는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우산을 들고 미노를 기다린다.
그런데..어찌
그리 다들 비올걸 미리 알고 계시는지..
신주머니에서 우산을 척 꺼내는 아이들이
태반.
이래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했구나.- -;;



우산을
들고 의기양양 앞서가는 미노.



수퍼에서
쭈쭈바도 하나 사서 먹어주시고..

...비오는 날이면 늘 생각나는 기억.
고등학교때
단짝친구랑 비오는 날이면 일부러 그 비를 다 맞으며 성당에 갔었다.
학교에서
성당까진 걸어서 30분 거리.
그 중간쯤에 우리가 잘가던 레코트가게가 있었다.
그리고
그 레코드점엔 맘씨 좋은 아저씨가 있어서,
우리가 불쑥 들어가 "아저씨
,산울림 노래 틀어주세요"하면
기분 좋은 웃음으로 산울림의 레코드를 걸어주셨다.
그럼,우린
굳이 레코드점 문밖에 서서 그 노래를 다 들었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면 다시
나머지 반을 걸어 성당에 갔다.
사무장님께 걸리지 않도록 살금살금
우리가
너무 좋아하던 신부님의 사제관에 숨어들어선,
신부님의 애장품 '조영남노래'도
듣고 신부님의 책들도 뒤져 읽고
또 신부님드시라고 뒀을 간식거리들도 찾아 먹고...
그러다
신부님 미사가실 시간이 되면


신부님뒤에
숨어 사무장님 눈총을 받으며 집으로 가곤했다.
..그런 비오던 날들은 다신 오지
않겠지만,
잡고 싶어도 너무나 멀리 가 버려 손을 뻗을수조차 없지만
그 기억들은
내생애 가장 따뜻한 비오던 날이었다...



 


Leave Comments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회원 가입후에 사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