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보다는 시원~ 소소한 일상
2012.05.09 23:22 Edit
그게 벌써 2년전...
어느날, 몇권의 베스트셀러로 기억하고 있던 출판사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실용서를 만들지 않는 출판사인걸 알고 있었기때문에 처음, 좀 의아했었다.
메일을 받고,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작업실근처 카페에서 출판사의 기획자를 만났다.
그는 내게 에세이 발간을 제안했고
하고는 싶은 일이었지만, 자신이 없어 몇차례 고사를 하다가
시간은 얼마가 걸리더라도 기다려줄테니
쓰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편하게 써달라는 말에
용기를 내서 원고를 쓰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흘려 버린 1년반의 시간.
아무 부담없이 다이어리를 쓸땐 술술 잘 써지던 글이
어쩌면 그렇게도 안써지던지...
1년반을 훌쩍 넘겨, 겨우겨우 원고를 어느정도 만들어 내고
출판사의 기획자를 다시 만났다.
그 사이 담당자가 바뀌어,
새로운 담당자와 만난 날,
그는 조심스럽게 원고를 조금 수정하면 어떨지 물었다.
패션이 유행을 타듯,
출판도 유행이란게 있어서 그사이 에세이는 너무 많이 나와 버렸고
요즘은 편하게 읽히는 자기계발서가 유행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 책도 출간되면 에세이가 아니라
자기계발서로 분류될 것이고
원고중 감성적인 내용이 강한 부분은 조금 수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그말에 순간 멍~
집에 돌아와 조금 고민을 하다가
다음날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계발서 저자' 란 그래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난 참 열심히 살았어요' 자신있게 말할 수있는 사람,
누구에게라도 '그 사람 참 괜찮은 사람' 이란 말을 들을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란 사람은 가슴에 손을 얹을 필요도 없이
그런 것과는 너무나 멀찍히 떨어진 사람이니까,
자기계발서를 쓴다는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얘기를 하고
출간은 없던 일로 하자했다.
담당자는 그런 딱딱한 계발서를 쓰자는게 아니라고 누차 강조했지만
너무 확고하게 못쓴다고 하니
그럼 바느질실용서는 어떤지 제안을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랑 만들기로 했었던 책도 내 사정으로 시작만하고 중단한 상태인데
다른 출판사와 실용서를 만드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고...
그렇게 2년전에 약속했던 일을 없던 일로 해버렸다.
해지합의서란걸 도장 찍어 보내고,
처음 내게 에세이를 제안하셨던 기획자분께 너무나 미안한 마음과
다음부턴 내 능력에 버거운 일은
아예 시작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귀한 교훈을 얻었다.
해지합의서를 보낸 날,
코스트코에 가서 안심 한팩을 사와 안심샐러드 한접시를 만들어 남편에게 진상.
'계약금 토해내야 하는데,
2년전에 받았던 계약금, 다 써버렸어~
어떻게 쫌....안될까용? ^-----------^;;'
Comments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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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멋진일인데요.
예전에 조이님이 방송작가공부도 하신적있다는 글을 본거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항상 남다른 감성이 느겨지는 글들이 많았어요.
좋은 기회였을것 같은데 조이님이 겸손하신거 아닐까요?.
아니면 더 내공을 쌓으실려고 그러시는건지 ..
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하도 많이 읽다보니 왠지 내가 쓸수 있을것 같은 생각도 들더라구요 .
ㅎㅎㅎ 착각은 자유겠지요?..
트와일라잇의 작가가 저와 비슷한 연배인걸알고 참 시대를 잘 골라 대박났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물론 그 안에 남과 다른게 있으니 흥행을 했겠지만요 .
남편이랑 무협지도 보는데 이젠 작가들이 저보다 어리거나 비슷하더라구요 .
저 무협지도 쓸수있을것 같아요 . 홍홍홍..
어릴적 문학소녀를 꿈군분들은 맘속에 조그마하게 자리잡고 있을거예요 .
글쓰고 싶은생각이 ...
혹시 모르죠 .. 조이님의 남다른 감성이 묻어나는 책을 볼날이 있을지... -
처음에 조이님의 글을 밤늦도록 읽으면서 언젠간 묶어서 책을 내셔도 되겠다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정말 아쉬워요.
책을 낸다는 게 쉬운 일 아닌 듯 해도 막상 시중에 나와있는 책들을 보면
머 그리 어려울 것도 없지 했는데 역시 사람나름인거죠.
매사에 앞뒤 생각없이 밀어부치는 사람들 부럽기도 해요.
살기가 팍팍해져서 그런가 요즘은 온통 자기계발서들 천지라
서점에 가도 마음이 촉촉해지는 책 한 권 골라잡기가 쉽지 않아요.
신변잡기조차도 자기계발서 냄새를 풍겨야 먹히나보네요.
전 자기계발서 읽고 있음 '계발' 되기 보다는 스트레스만 받고 힘들어서 안 읽거든요.
조이님, 감성적인 에세이가 유행하면 한 번 다시 생각해 보세요.
머잖아 다시 시와 에세이가 대접받는 때가 올 거예요. -
조이님의 글과 사진...그리고 작품을 너무도 사랑하는 저로서는 너무도 안타깝네요.
항상 조이님의 글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그 무엇인가가 있었거든요.
그래도,
이 홈페이지가 있어
이렇게 라도 조이님의 글과 사진,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겠지요.
언젠가 시간이 또 흐르고 흘러서,
그 유행이라는 것이 바뀌어서,
감성적인 것이 유행이라는 것이 되었을때...
꼭 조이님의 그 글을 보고 싶어요.
만약에 출판이 되었다면
제가 열심히 홍보하고 다녔을 터인데...
아쉽네요.
그렇지만,
조이님의 선택을 존중해 드리며...
고3이어서 입시를 준비하는 미노군의 화이팅과
고3엄마로 올 해를 사셔야 하는 조이님의 건강을 빌어봅니다. ^.^ -
조이님의 글은 마음을 젹셔주는 촉촉함이 있답니다.
어느날 조이님의 글을 처음 접하고 고향에서 물장구 치며 아카시아잎으로 파마하고 놀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것 같았거든요.
어린시절의 정서가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된다 해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되고, 그사람의
성품이 되는것 같아요.
나이가 들었어도 요즈음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내가 더 어리석고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조금은
바보같은 모습을 보기도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조이님의 글이 너무 좋은데...
그런 글들을 우리 아줌마들 말고... 젊은이들이 읽고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조이님의 책이
출간이 되었다면 참으로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조이님의 마음은 백번 이해하고도 남기는 함니다만... 아쉽기는 하네요.
항상 조이님의 새로운 글이 올라올때마다 설레임으로 읽어보며 행복함을 느끼거든요.
책으로 펴내지 못한 아쉬움을 이곳... 조이님의 사랑방에 마음껏 펴보세요. 저희도 같이 행복하게요. ㅎㅎㅎ... -
조이님의 제목처럼 섭섭보다는 시원 ~~~~
정말 담당자의 바뀜으로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뀐것도 당황스러우셨겠어요. T T
하지만 조이님의 올곧은 생각으로 내지 않으시기로 했다니
전 조이님의 판단이 정말 옳다 생각들고
용기있으시다 생각들어요.
인생살면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자꾸 가게되는데
나자신이 흔들리면 안되자나요. ^^
비록 계약금 때문에 너무 많이 신경쓰이시겠지만...
조이님의 명확한 판단으로 제가더 반성해 보고 가네요.
저두 잘 살고 있는지 그런 상황에 거절하며 살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요... ^^
조이님의 왕팬이 될듯.. 해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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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고픈 그런 맘이 듭니다.
혹시 모르죠.
운이 좋으면... 조이님과 차 한잔 나누며 이야기 나눌 수 도....ㅎㅎㅎ
(혼자 즐거운 상상 ^_____^*)
그나저나 안심 샐러드는 어캐 만드나요?
저도 신랑님 지갑 털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