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繕い裁つ人) 사소한 것
2016.05.23 11:12 Edit
지난 주말,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사들고
혼자 보고 온 영화.
고베의 고즈넉한 언덕을 올라가면 '미나미 양장점' 이 있다.
할머니 '시노'의 뒤를 이어 손녀 '이치에'가
할머니가 만들었던 옷들을 수선하며 꾸려가고 있는 곳.
여기에 미나미양장점의 옷을
브랜드화하려는 백화점 직원 '후지이'가 찾아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다지 슬픈 영화가 아닌데도...
보는 내내 눈물이 줄줄 흘러서 혼자보러 온게 참 다행이다.. 싶었던.
지난 어버이날에
시어머니와 식사를 하고
어머니께서 매일 다니시는 노인정에 과일을 넣어드리러 들렀었다.
노인정에 계시던 분들께 인사를 하고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머니께서 무덤덤하게
'전에 다니던 누구누구는 죽고 누구는 이사를 가고...' 하시는데
뭔가 가슴이 먹먹했다.
시어머니도, 친정 부모님도...
친구 누구가 죽었다, 동창회에 가보니 누구가 죽었더라.. 하는 말을 참 덤덤하게 하신다.
이제 겨우 50줄에 들어선 내가 다 알수는 없지만
새로운 사람, 새로운 기쁨을 만나는 일보단
내곁에 있던 사람을 하나하나 보내는 슬픔에 익숙해져야하는 나이,
그게 결국, 인생을 알아가는 것이 아닌지..
이 영화를 보는내내 그 생각이 들었다.
젊은시절, 행복했던 기억들과 함께 한 옷을
나와 한몸인듯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있어,
쉽게 '그들의 옷을 수선하는 일'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옷을 만들지 못하는 이치에.
그녀의 마음이 오롯이 느껴져서 슬픈영화가 아닌것 같은데도 그냥 눈물이 났다.
-----------------------------------------------------------------
ps.
바느질 하는 사람이라면
하나하나 놓칠 수 없어서
눈을 부릅뜨게 하는 것들이 가득하니 꼬~옥 보시길 바래요.
그리고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 나오는 주제곡이
切手のないおくりもの (우표없는 선물) 이라는 노래예요.
1978년에 발표된 곡을
히라이켄이 리메이크한 노래인데 서둘러 나가지 마시고 들어보시길요..
가사가 너무 좋습니다.^^
Comments 22
-
역시나... 조이님..
저 역시 기다리고 기다리던 영화라
남편에게 어린아이 둘을 맡기고 즐겁게 아메리카노 한잔들고 버스타고 전철타고 다녀왔어요.
그 아름다운 장면장면들이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
실뜯개로 후드득 뜯어 버리면 될걸 왜 저렇게 뜯나 싶었는데 그 실까지 모아서 감아두는 세심함에
반성 참 많이 했네요.
옷 몇번 못 만들어본 초보이지만 인생의 옷이란게 뭘까.. 행복이 뭘까.. 고민 많이 하게 되었어요
집에 오는 발걸음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이루 표현이 안되네요.
여유롭게 혼자 피자도 시켜 먹어보고.. 영화보고 나오면서
" 난 행복해질 권리가 충분하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내일은 오래간만의 휴가인데 다시 한번 볼까. 좋아하는 광장 시장에 갈까 행복한 고민중입니다.
아름다운 영화.. 다들 보시길 바래요 ^^
Leave Comments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회원 가입후에 사용 가능합니다
우선 잠시 미뤘던, 또는 보았던 영화를 보며 맘껏 울고 웃어봐야겠네요. 그리고 감정들을 수선하고 정리하고...아...진짜 그래야겠어요.
이곳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대학을 가면, 집을 떠나 독립하니 이시기가 되면 엄마들이 묘한 감정에 많이 혼란스러워해요. ..곧 익숙해지지만^^
특히 우리 아이는 많이 아팠었기에 제가 오늘 유난히 감정 추스리기가 힘들었네요.
좋은 영화 추천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