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바느질 일기


여름에... 일본엘 갔었다.
거기서 하룻밤을 머무른 일본전통 료칸.
집앞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이 있고
턱이 높은 미닫이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잠시 어둠에 익숙할 시간이 필요한 어두운 실내,
오랜시간, 안주인의 걸레질에 길이 들었을 반들반들한 마루바닥.
풀냄새나는 다다미방...
어린시절 방학때면 내려가 있던 외가집을 닮았다.
부산에 흔하던 일본식 주택의 외가집.
시도때도없이 마루바닥을, 다다미방을 걸레질 하시던
울 외할머니...
그때의 기억들이 많이 많이 생각났던 그곳.
그오래된 집의 안주인 아주머니.
여자인 내가 보아도 첫눈에 '아!" 할만큼
단아한 모습의 그 분, 그리고 그 분이 입고 있던 작업복.
만화처럼 머리위로 "갖고싶다,갖고 싶다.갖고싶다." 가 떠다니더라.- -;;
그래서 짐을 풀자마자 수첩에 그려두고
한달이 지나서야 드디어 만들게 된 옷.




그 아주머니가 입으셨던건 광목에 소매가 달린거였지만
난 오로지 작업복만으로 입을건 아니니까 검정색의 좀 도톰한 원단으로 소매는 없애고 만들었다.
이제 겨울이면 보온용으로도 괜찮지 싶기도 하고...
봄이 되면 리넨이나 광목으로 만들어서 작업복으로 길을 들여야지..

바느질을 하며 그 집을 생각한다.
오래된 향기의 그 집은 오늘 어떤 모습으로 거기 있을런지..
물소리 들리는 창가에 앉아
눈을 감고 바람의 냄새를 맡던...지난 여름 그 하루가 문득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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