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게질의 계절이 돌아왔다. 바느질 일기


결혼한 그해부터 매년 이맘때면 뜨게질을 했었다.
처음엔 남편 스웨터,
미노가 태어나고는 미노와 남편의 커플룩으로..
찬바람이 불면 뜨게실을 장만하고,
나달나달 손때 묻은 뜨게책을 무릎위에 놓고
검지손가락에 빨간 줄이 생기도록 뜨게질을 하곤 했었는데..
근데..한 3년 전부터는 뜨게질을 안하게 됐다.
한번 잡으면 날밤 세우고 잡게 되는게
이 뜨게질인지라 시작하면 다른 일을 못하겠어서
하고 싶은 맘 꾹꾹 눌러왔던 중.
근데..지난주 동대문 간길에 엉겹결에 뜨게실을 사오고야 말았다.
무슨짓이야~- -;;




일주일에 2번,미노 학원에 데려다 주고 한시간반을 기다렸다 데려와야하는 시간이 있는데
기다리는동안만 뜨기로 굳게 마음을 다잡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대신 떠주겠다고 잡은 미노.
한참 가다가 멀미로 우웩~ 하기 일보 직전까지..
그냥 떠주던거 계속 뜨라고 했더니 실이 마음에 안든다며
집에 있던 실 찾아서 열심히 뜬다.
때마침 남편의 전화.
'미노 뭐해?"
"음.. 지금 뜨게질 하는 중인데요?"
"뭐~어?! 남자가 뜨게질은..무슨.."
핏대를 있는 대로 올리다가 아빠꺼 뜨고 있단 말에 순간 순한 양이 된다.
"허허 그놈 참..열심히 뜨라 그래줘~어"





근데..그 열심히 뜨던걸 우리집 강아지 흰둥이가 눈 깜빡할새 다 풀어 버렸다.
눈치 빠른 놈.
내 실은 절대로 안건드리더니 미노가 우스웠단 말이지?
엉망이 된 실타래를 보곤 흰둥이 야단도 못치고
"근데, 첨부터 실 색이 마음에 안들었어.내일 문방구가서 새실 사야지~" 한다.
ㅋㅋ 미노아빠,문방구의 그 까칠한 실로 만든 목도리 두르고 다니려면 쫌 괴롭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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