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처럼 살아갈수 있다면... 바느질 일기


내 기억의 맨 처음은 어디일까?
그건 아마도 네다섯살 무렵,맨발로 집앞 골목을 뛰어 다니던 기억들...
파란 칠이 다 벗겨지고 썩어 들어가던 옥상 나무 계단.
그 나무에 묶여 있던 내 키보다 더 크던 새퍼트 개.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마당의 수돗가에 빨래판을 걸쳐놓고 우산 속에서
비눗조각을 잘라 언니랑 소꿉놀이하던 기억.
그때의 그 요란하던 빗소리.비누냄새..
아, 그리고 친구랑 아빠가 두고 가신
수갑을 갖고 놀다가 열쇠가 없어
하루종일 수갑차고 아빠를 목빠지게 기다리던 기억도
그 무렵이다.
기억이란..그렇다.
그때 그 시간엔 눈물 흘리고,
아프고,슬프고 힘든 일이었다 하더라도
'기억'이란 이름으로 불리워 질때쯤엔 다시 돌아가고픈 그리움이 되고 만다.




내 기억의 액자.
그때 그 시간엔 이 시간,이 사람들을 그리워하리라 생각조차 못했지만
지금은 그 시간또한 '기억'의 이름으로 그리워진다.




..기억처럼 살아갈수 있다면...
살아가는 일이 숨 한번 고르는 정도의 대수롭잖은 일이 되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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