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북을 만들면서-3 바느질 일기

드디어
원고 작업이 끝났다.
옷 만드는 것보다 더더 힘들었던 원고 작업.
원고 작업하면서
정말 10년은 늙어 버린 느낌이다.
그냥 욕심 부리지 않았으면 좀 덜고생을 했을
텐데 정말 사서 고생을 했다.
원래 내가 해야 할 일은
디자인팀에 축소본과
일러스트 작업 할 원고를 보내 드리는 것.
그런데 걱정이 됐다.
옷 만드는
사람이라면 다 알다시피
축소본이란게 그냥 그림이랑은 틀려서 소매의 앞,뒤
진동 곡선이 다르고
앞,뒤판 곡선이 다르고..그렇게 아주 작은거지만
옷을
만들어 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까다로운 차이가 있는 것인데
과연 옷을
만들어 보지 않은 일러스트레이터분이
축소본을 정확하게 작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정말 겁도 없이 "축소본은 제가 그릴께요" 했다.
그러곤..그
말 뱉은걸 정말정말 후회했다.
줏어 담을 수도 없는 말.



처음엔
가뿐했다.늘 하던 일이니 뭐 어렵겠냐 싶었다.
그런데...일단 그려야 할 양부터
장난이 아니고 웹에 올려질 게 아니라
책으로 나올거니까 주의해야할 것들도
많았다.
너무나 더딘 작업...




개 안그렸는데 벌써 창밖은 환하게 밝아온다.
침대에 등 붙이고 자본게 언젠가
싶을 정도니..
"왜 사서 고생을 하냐?"
날 아는 사람치고 내게 그말을
안해본 사람은 아마 없을듯.
진짜 왜 사서 고생을 하냐고..
뭐..그래도 하나
건진건 있다.



바로
이것.
팔이 쓸려서 아프기에 토시란걸 만들어봤다.
보시다시피 PK니트 짜투리를
뚝 잘라 한쪽을 박고 시보리를 달았다.
윗부분은 그냥 두고.
이거 너무 편하고
좋다.
생각해봤는데 여름에 놀러갈 때 이걸 몇 개 만들어 가야겠다.
기차나
차안에서 에어컨땜에 추울 때 그냥 팔에 쓱쓱 끼는거다.
그럼 굳이 웃옷이 필요없다.ㅎㅎ
근데..주말에
짜장면 배달 온 아저씨가
이거 한팔에 끼고 있는 날 보고 민망하리만치 놀란다.

사이코틱한가?
하긴 그때 내 복장이 이거 한팔에 끼고
머리는 까치집에다가
짝짝이 양말을 신고
바닥에 질질 끌리는 추리닝을 입고 있었으니..
그래도
그렇게 놀라기까지야..민망하게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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