삯바느질의 추억 바느질 일기


얼마전, 친정어머니 칠순이라 대구친정에 내려갔다 왔다.
10년 묵은 우리 똥차, 차들이 날라 댕기시는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기 안죽게 할려고 열나 밟아대서 과속카메라에 장난아니게 찍혀 주시고...
눈치 없는 미노, 대구에서 만난, 지 아빠한테 그 사실을 마구 불어대서
구박 장난 아니게 또 당해주시고..- -a




여튼.. 친정집 안방에 들어서니 이 물건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내 아주 어린 기억부터 존재하던 엄마의 재봉틀.
지금은 앉은뱅이 재봉틀로 성형을 했지만
그땐 문이 달리고 재봉틀 머리가 틀안으로 꺾여 들어가도록 생겼던 발틀.
동생이랑 숨바꼭질할땐 그 재봉틀 문안에 간신히 숨기도 했고,
엄마 몰래 돌려보다가 밑실 다 엉키게 해서 혼나기도 했고,
또 좀더 커선 이 재봉틀로 내옷을 만들어 주시던 엄마 옆에 붙어 앉아
실밥을 잘라주는 시다노릇도 즐겁게 했었다.

한동안 바느질을 안하시더니 뭔바람이 부셔서 다시 재봉틀을 돌리기 시작하신걸까?
이젠 노루발에 녹이 설어 있고,
실도 달랑 몇가지뿐, 쵸크도 없이 싸인펜으로 재단을 하셨나보다.
재봉틀 옆엔 지난번 작업실에 오셨을때 가져가셨던
원단으로 만들고 계신 후드조끼.
지난번에 오셨을때 후드조끼를 마음에 들어 하셔서 드렸었는데
그걸 하나 더 만드실 생각이셨나보다.
후드부분이 잘 안되셨는지 뜯다가 밀쳐 두셨다.

그걸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뭐하러 만들고 있어요? 그냥 사입고 말지" 소리가 나와 버린다.
바느질하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한 일임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나.
왜 속이 상한걸까?
스스로도 의아하다.
근데... 솔직히 그랬다.
그냥 사입고 말지, 옷이 없으신것도 아니고..
뭐하러 웅크리고 앉아 재봉틀 돌린다고 이러고 계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나 참 웃긴다..' 싶어 웃음이 피식 나왔다.
다음에 올때 내가 쓰던 가정용 재봉틀이랑 부자재들
다 챙겨서 갖다 드려야겠단 생각은 맨마지막에야 겨우 들었다.

내 남편도 마찬가지지만,
바느질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중 하나가
남편이나 친정 엄마가 "왜 그걸 하고있어?" 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
다른 취미생활들은 안그런데..
다른건 그저 여유있어 보이고, 재미있어 보이고..
왜 바느질만은 유독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걸까?
그건 어쩜 우리의 오래된 기억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삯바느질의 기억은 아닐까?
전생에 삯바느질로 식구들을 먹여살리던 가난한 촌부이거나
그 어미를 지켜보고 살았던 코찔찔이었거나..
그런 기억이 아직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어서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가슴한쪽이 서늘해 지는것이 아닌지...
아, 물론 그런 생각이 안드는 사람은 왠지 경복궁이 내집 같고
민속촌을 가도 민가보단 99칸 집이 더 땡기는 그런 사람일거란 추론 가능.

그럼..
역시 난 등잔불 아래 쭈그리고 앉아 밤새 옷을 꿰메던 그 아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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