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의 시간 사소한 것

주말저녁,

남편과 어술렁거리며 교보문고에 놀러갔다가

아주 우연히 발견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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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는 누군가 자신의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이나..

뭐 그런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썼나보다 했는데

몇장 읽어보곤 너무 신선한 의외성에 반해버렸다.



저자 야베 나오미와 사진가 야베 사토루 (두사람은 부부다)가

일본전역을 돌며 취재한,

다양한 직업군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도시락과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먹음직스런 도시락 사진에 먼저 눈이 가지만

일하던 모습 그대로, 조금은 쑥스러운듯 포즈를 취한

도시락주인의 사진들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40개에 가까운 도시락이야기중

내마음을 가장 끈 도시락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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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를 다니며 짠우유를 모으는 일을 하는 아저씨의 도시락.

매일 새벽 자신의 손으로 꾹꾹 뭉친 밥한덩이 주먹밥.

평소에 이렇게 먹더라도

촬영을 한다면 좀더 신경써서 만들어 왔을법한데

전혀 신경쓰지 않은 듯한  모습과

'저녁무렵에 슬슬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기도 해.

내가 또 그런걸 좋아하거든.

매실절임이 없구나 싶으면 매실도 사고

딸애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사고.

내 주먹밥에 넣을 재료로 가끔 명란도 사고 그래. 비싸니까 매번사진 못하지만.'

아저씨의 소소한 행복이 그대로 느껴져 몇번을 읽고 또 읽은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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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찰승려의 도시락.

초등학교때 쓰던 도시락을 계속 쓰고있다는 구절에서

나도 모르게 '아~' 소리가.

익숙한걸 그냥 그 자리에 두.어.버.리.는 그 무심함이 왠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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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무원 아주머니의 도시락.

매일아침 옷을 입고 화장을 하는 동안 남편이 싸주는 도시락.

점심때 도시락뚜껑을 열면 '어머나 이런 것도 들어있구나!' 늘 새롭다는 그녀의 말에서

함께 나이들어가며 생활속 작은 행복을 함께 발견해나가는

부부의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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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다음날부터...

한동안 소홀했었던 우리 가족의 '밥'을 제대로 챙기려 노력하고 있다.

'밥한그릇'으로,

그 밥을 먹는 동안만의 시간이라도 내 가족에게 행복한 시간을 챙겨주는 것.

그게 내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란걸 한동안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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