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의 동경-3 소소한 일상


도쿄에서의 세번째 날.
일본의 젊은여성들이 살아보고 싶은 동네 1위라는
지유가오카(自由が丘)와 키무라 타쿠야가 사는 동네라는
이유 하나로 일정에 넣은 나카메구로.

계획을 세우면서 여행서와
여러 블로그,까페에서 본 지유가오카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극과 극을 달렸다.
너무 좋았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대했으나 실망이 컸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나름 정한 원칙은.
지유가오카에는 가되, 여행서나 인터넷에서
가볼만한 곳이라고 추천한 곳,맛집등을 일부러 찾아 가진 말자는 것이었다.
그냥 산보하듯, 동네구석구석을 어슬렁 거리고 다니다
이쁜가게가 보이면 들어가 구경하고
힘들면 찻집에 들어가 차한잔 마시고
배고프면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
'지유가오카' 이름처럼 자유로운 하루를 보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다 들어간 빈티지 소품점.


이름이 뭐였더라? 물어보지도 확인하지도 않아 모르겠지만
맘에 쏙드는 빈티지소품으로 가득했던 곳.
너무 마음에 드는 의자가 하나 있었으나
가져올수 없으므로 포기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넘 무거웠던 곳.



그리고 유명한 '와따시노 헤야(私の部屋)'
천천히 둘러보면 소품 하나하나가 너무나 단아하고 이쁘다.
구석에 걸려있던 실내복들..
몇번을 보고 또 봐도 자꾸 눈길이 갈 정도로 마음에 드는 물건들로 가득했던 곳.



사진찍어도 되냐하니 물론이라하고
구입한 물건 포장에는 또 얼마나 정성을 다해주던지..
사소한 배려가 참 행복했던 곳.
'일'을 이리 정성을 들여, 즐겁게 할수있다니...
참 많은 것을 마음에 담아 온 가게였다.



그리고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 전통찻집.
지유가오카를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이미 유명해진 곳.
90년된 고택을 보존하면서 찻집으로 만든 곳, 코소안(古桑庵)





이집의 주인할머니께서 전통인형작가라 하셨던가?
그래서인지 컵받침 하나도 앙증맞은 핸드메이드.
어린시절 방학때마다 갔던 부산 부둣가
우리 외갓집 다다미방 냄새가 나서 맘이 낮게 가라앉았다.

골목골목 너무 볼거리가 많아
결국은 키무라타쿠야의 동네,나카메구로는 포기해버렸다.
난 역시 팬심이 부족한건가?
나카메구로 골목을 헤집고 다니며
키무라타쿠야 문패라도 찾아볼 작정이었구만...^^a

지유가오카를 다녀온 그 밤.
호텔방에서도 내내 그 동네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내가 갔던 그 골목 건너편에는 더 재밌는 볼거리가 또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결국, 다음날 공항으로 떠나기전 일정을 취소해버리고
지유가오카에 다시 달려갔다.
전날 들렀던 가게의 점원아가씨가 "아,어제 왔던 분들!!"
반기는 인사도 즐거웠고
인도풍의 물건을 팔던 가게의 욘사마팬임에 분명한 주인아주머니의
'감사하므니다'가 아니라 '감사합니다.' 분명한 한국어 발음도 유쾌했고
들고가기 편하게 해주겠노라고
내 손의 다른 짐들도 모두 모아 꼼꼼하게 끈으로 동여매주던
와따시노 헤야 옆의 캬토루 세종 토키오의 그녀의
따스한 미소도 이번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선물.

여행은 그런것인가보다.
낯선곳을 구경하고 처음 보는 물건을 쇼핑하는...그런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
언젠가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오늘 만난 그들중 누군가를 지금의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나고,
행운처럼 "아, 그때 그분!" 반가운 인사를 나눌수 있기를...
그런 꿈같은 희망 하나를 가슴에 품어 두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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