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보다는 시원~ 소소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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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벌써 2년전...

어느날, 몇권의 베스트셀러로 기억하고 있던 출판사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실용서를 만들지 않는 출판사인걸 알고 있었기때문에 처음, 좀 의아했었다.


메일을 받고,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작업실근처 카페에서 출판사의 기획자를 만났다.


그는 내게 에세이 발간을 제안했고

하고는 싶은 일이었지만, 자신이 없어 몇차례 고사를 하다가

시간은 얼마가 걸리더라도 기다려줄테니

쓰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편하게 써달라는 말에

용기를 내서 원고를 쓰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흘려 버린 1년반의 시간.

아무 부담없이 다이어리를 쓸땐 술술 잘 써지던 글이

어쩌면 그렇게도 안써지던지...

1년반을 훌쩍 넘겨, 겨우겨우 원고를 어느정도 만들어 내고

출판사의 기획자를 다시 만났다.

그 사이 담당자가 바뀌어, 

새로운 담당자와 만난 날, 

그는 조심스럽게 원고를 조금 수정하면 어떨지 물었다.


패션이 유행을 타듯,

출판도 유행이란게 있어서 그사이 에세이는 너무 많이 나와 버렸고

요즘은 편하게 읽히는 자기계발서가 유행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 책도 출간되면 에세이가 아니라

자기계발서로 분류될 것이고 

원고중 감성적인 내용이 강한 부분은 조금 수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그말에 순간 멍~

집에 돌아와 조금 고민을 하다가

다음날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계발서 저자' 란 그래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난 참 열심히 살았어요' 자신있게 말할 수있는 사람,

누구에게라도 '그 사람 참 괜찮은 사람' 이란 말을 들을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란 사람은 가슴에 손을 얹을 필요도 없이

그런 것과는 너무나 멀찍히 떨어진 사람이니까, 

자기계발서를 쓴다는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얘기를 하고

출간은 없던 일로 하자했다.


담당자는 그런 딱딱한 계발서를 쓰자는게 아니라고 누차 강조했지만

너무 확고하게 못쓴다고 하니

그럼 바느질실용서는 어떤지 제안을 했다.

하지만 동아일보랑 만들기로 했었던 책도 내 사정으로 시작만하고 중단한 상태인데

다른 출판사와 실용서를 만드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고...

그렇게 2년전에 약속했던 일을 없던 일로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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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합의서란걸 도장 찍어 보내고,

처음 내게 에세이를 제안하셨던 기획자분께 너무나 미안한 마음과

다음부턴 내 능력에 버거운 일은 

아예 시작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귀한 교훈을 얻었다.


해지합의서를 보낸 날,

코스트코에 가서 안심 한팩을 사와 안심샐러드 한접시를 만들어 남편에게 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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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 토해내야 하는데,

2년전에 받았던 계약금, 다 써버렸어~

어떻게 쫌....안될까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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