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소소한 일상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은 낯선 곳이지만 곧 익숙한 곳이 될...부산으로.



출발할
때부터 비가 왔다.
가는 내내 비가 주룩주룩.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부산역엔 역시 비..
역에 마중 나온 남편을 만나 콘도로 가는
중엔 비안개가 짙었다.
해야 할 일을 미루어 둔채 떠난 여행이라 마음이 무거웠는데
다음날,
해운대에서 뜻하지 않은 일을 맞닥뜨렸다.



미노랑
한참 모래성을 쌓고 놀고 있는데 저쪽편에서 사람들이 웅성웅성..
러시아교포
두 사람이 물에 빠졌다 한다.
지켜보는 동안 한사람은 구조되고..
또 다른
한사람을 찾기 위해 구조대와 외국관광객 몇이 뛰어 들어
한참을 찾아 헤멨지만
결국 못찾았는지..


잠시후..
잠수부가 바다에 들어가고,해양경찰선이 뜨고,
경찰헬리콥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상공을 멤돌았다.
구조작업이 시신인양작업으로 바뀐것.
넋이 나가서
울부짖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기억조차 하기 싫지만..
몇해전..
나 또한 이렇게 소중한 가족을 잃었던 기억이 있는지라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편치
않은 기분으로 바닷가를 서성이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미노랑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런데..남편이
급하게 깨워서 일어나니 이건 또..
옆 아파트공사장 옹벽이 붕괴되어서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의 건물 지반이 드러났단다.
건물이 붕괴될지도 모르니 모두 대피해야한다고..



서둘러
짐을 챙겨 나와서 다른 콘도로 이동..
내내 우울하던 마음이 드디어 바닥에 닿았다.
예전
미노 낳던 날,그날과 너무나 닮은 마음의 기억.
미노 낳던 날 아침.
애기 낳으러
대구친정에 와 있던 나..
밤새 양수가 흐르는 듯해서 불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
일찍 혼자 병원에 갔었다.
의사선생님은 양수가 터졌다고 바로 입원하라고 하시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와서 친정집에 전화를 해서
"나 지금 애기 낳으러 들어가"
하고
남편회사에 전화하니 자리에 없다는 말에 "애기 낳으러 갔다고 전해주세요"하고는
간호사가
일러준대로 접수하고,
병원 매점에 들어가 휴지랑 슬리퍼랑 사서,한손에 들고
분만대기실에 들어 갔었다.
분만대기실 커튼을 여는 순간,
진통하고 있는 산모들이
눈에 들어오고
나도 모르게 뒷걸음쳐서 커튼밖으로 나와 버렸다.
거기서서
얼마나 떨었던지.. 정말 그대로 뒤돌아 나가고 싶었지만
오들오들 떨면서도 마음을
다잡았었다.
"할수있어,할수있어..난 엄마니까..."
이를 악물고
다시 커튼을 열고 들어갔던 그날..
그 두려움.그 용기..난 기억한다.
그때
난,어렴풋이 '모성'이란걸 생각했었다.
'엄마니까 해야 돼.' 하는..



옮긴
숙소에 짐을 놓고 나와 폭죽을 터뜨리고,
안개속을 우리가족 셋이 걸으며, 잊고
있던 그 모성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새로운곳이 늘 두려운 나.
그래서 여행이
싫은 나..
하지만 '엄마'니까 그 두려움들을 극복하는,아니 적어도 드러내지 않는
용기가 필요한것을..
내 모습을 거울처럼 그대로 투영하고,또 닮아가는 아이..
내가
두려워 하면 아이도 세상이 두려울것이다.
내가 즐거우면 내 아이 또한 웃음으로
세상을 살 수 있을것이다.



부모이므로..엄마이므로..

아이가 어둠속에서도 두렵지 않도록 굳게 손을 잡아 줄 의무가 있음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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