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바느질 일기


아주 어렸을적,
아버지는 형사였다.
며칠을 꼬박, 집에도 못들어가고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범인의 애인이 일한다는 가게 앞을 지키다가
잠시잠깐 옷갈아 입으러 집에 갔다온 사이 다녀간 범인..
그때문에 아버지는 경찰제복을 벗으셨다.

형사를 그만두시고 쉬시는 동안
매일 아침마다 내머리를 곱게 땋아주고
자전거 뒤에 태워 학교까지 태워다 주셨던 아버지.

결혼식 2달전, 사고로 화상을 입으셔서
연기하려던 결혼식을 아버지의 고집으로 예정대로 치르던날.
아물지 않은 상처가 터져 바지 아래로 피가 흘러 내려도
신부님앞까지 그 긴길을 힘겹게 내손을 잡아 주신 아버지.
자라오는 동안은 아버지때문에 힘들었다...했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나, 아버지께 갚아야할 빚이 참 많구나...

...엄마가 치를 떠는 - -;;
나랑 꼭 같은 성격의 아버지.
취향도 굉장히 비슷해서 내가 고르거나 만든 옷은
언제나 꼭 마음에 들어 하시건만
지난 겨울 만들어 드린 셔츠를
마르고 닳도록 입으신단 말을 듣고도
그후로 다시 만들어 드리지 못했었다.
화상의 흉터땜에 한여름에도 반팔옷을 입지 못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시원~~한 린넨셔츠를 만들었다.









부드러운 린넨이라 피부에 자극도 없고
시원한데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색상.

근데 참... 이상한 일.
남편이나 미노옷을 만들때와는 다르게
아버지 옷을 만드는 동안은 내내
꾸역꾸역 올라오는 울음을 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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