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에 대한 추억 바느질 일기


오래전부터 린넨커튼 하나는 꼭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마음뿐, 미루고 미루게 되다가
이번에 적당한 원단 하나를 찾아서
이번에야 말로 꼭 만들자 하면서...걱정이 앞섰다.
옷이야 잘못 만들면 원단 한두마 날리는거지만
커튼은 잘못 만들게 되면 적어도 열마이상은 날려버리게 되니까
만들기전에 심사숙고해야지 하면서
예전에 내가 어떤 모양의 커튼을 만들었더라? 생각해본다.

맨처음 만든 커튼은
장롱하나 책상하나 200L짜리 냉장고 하나로 꽉찼던
신혼 단칸방.
거기 하나 있던 작은 창에 달았던 커튼이었다.
수원 지동시장에서 끊어 온
아이보리 바탕에 노란 꽃이 흩뿌려있던 원단.
거기에 주름잡아 팔던 노란색 프릴을 사와서
손바느질로 꿰매 만들었던 두폭짜리 커튼.
이사하면서도 그 커튼만은 버리지 못해 몇년을 잘 썼었다.

그 다음 만든 커튼은 하얀 노방으로 만들었던 커튼.
그땐 재봉틀이 있었으니까
노방의 4면을 접어 박고 면레이스도 달고
고리는 끈으로 묶도록해서 17평연립 거실창에 걸었었다.
그 커튼뒤에 숨어서 장난치다가
엄마가 오래 발견 못하면 으앙~울음을 터뜨리던
이제막 걸음마하던 아기 미노도 그 추억과 함께 있다.

그뒤로도 생각해보면 참 많은 추억들이
내가 만든 커튼속에 있다...
친구랑 같이 동대문에서 천을 골라 오늘은 너네집 커튼같이 만들고
내일은 우리집 커튼 같이 만들자하곤,
둘이 이마를 맞대고 다림질 하고 박고,
완성해 건 커튼을 보며 "우리 너무 잘 만든거 아니야?"
자뻑에 빠졌던 시간들도 있었고...

그런거였구나..
단지 옷을 만들고 커튼을 만드는 단순한 작업이라 생각했지만
지나와보니 추억을 하나하나 꿰메는 작업이었다.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난 어느날.
오늘 만든 이 커튼을 보면서 어떤 추억을 떠올리게 될까?
"흰둥이가 커튼자락에 오줌을 싸서
이놈 엉덩이를 한대 후려갈기고,
마음먹고 있던 린넨커튼을 만들려 했으나
실패해서 원단 날릴까 걱정을 한바가지 하다가
일단 쪼끄만거 하나 만들어 보고 괜찮으면 원래 사이즈로
만들자하고 새가슴으로 만든 커튼이었다..." 고 추억할까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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